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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s/Fun

파이선 언어과 스팸 메일은 친척? - 몬티 파이선과 스팸 메일

 

 

  

 

파이선, 파이썬, 파이턴, 파이든, 파이튼, 파이쓴, ...Python 발음을 한글로 표현하는 인터넷 문서들에서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현대 국어식으로 표현하면 '파이선' 이 맞고, 발음 나는 대로 쓰면 '파이썬' 도 맞겠다(비교적 예전 문서들 중 IT와 관련 없는 문서들은 파이튼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모두 다 그 놈의 th 의 한국식 발음이 곤란한 것이 문제인데, 요즘 TV에서도 노홍철의 th 발음이 유명세를 타고 있더라. 일본이 우리 말을 훼손하지만 않았어도 이 정도는 읽고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스팸은 우리가 즐겨(?) 먹는 그 스팸이고 스팸메일은 우리가 즐겨 보지 않아도 매일 볼 수 밖에 없는, 바로 그 스팸메일이다.

 

지금부터 이들 이름의 연관성과 에피소드들을 과거부터 현대까지 짚어가 보도록 하자.

 

프로그래밍 언어 - Python

 

IT관련 업종 종사 하시거나 조금은 관심이 있는 분들은 들어 보았을 이름이다. 1989년 당시 네덜란드의 잉여 개발자였던 귀도[각주:1] 라는 프로그래머가 잉여의 시간에 진행한, C++에서 탈피하고자 만든 새로운 개발 언어의 프로젝트 명이라고 전해 진다. 유명한 Linux 오퍼레이팅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코드 들의 일부도 이 파이선으로 만들어 진 것들이 많다.

 

이 Python 이란 이름이 사실은 그가 예전에 재미 있게 보았던 영국 BBC의 TV 코미디 프로그램인 Monty Python's Flying Circus(몬티 파이선의 나는 서커스)라는 프로그램 이름(줄여서 Monty Python) 에서 따 온 이름이다. 즉, 실제로 그리스 신화의 퓨톤(피톤) 이라는 괴물 구렁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Monty Python이라는 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1969년 부터 1974년까지 4시즌에 걸쳐서 방송되었는데, 종영되기전 말미에는 재미가 퇴색되어 다소간 실망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제작과 출연에 참여한 6명(그래엄 채프먼, 존 크리스, 테리 길리엄, 에릭 아이들, 테리 존스, 마이클 페일린)의 멤버를 통틀어 Monty Python troupe 이라고 부르기도 한. 멤버 중 채프먼은 90년대에 편도선암으로 요절하였는데, 이미 1967년에 보수적인 사회인 영국에서 커밍아웃을 단행했던 동성애자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정식으로 시작되기 전에 그 이름이 확정되기까지 즉, 최종적으로 Monty Python's Flying Circus 라는 명칭이 지어지기까지 각 멤버들이 모여서 장난스럽게 여러 이름들을 지어와서 매주 방송 담당자들을 당황시켰다고 하는데, 결국 그 이름이 현재에 이르기 까지 영화와 음악, IT계의 젊은이들의 정신 세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때, 혹시 그런 앞 날을 예측한 것은 아닐까?

 

심지어 Beatles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과 그들이 코미디계에 영향을 미친 것이 동급시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이 펼친 TV 코미디 프로그램과 이후 몇 몇 영화에서의 코미디 방식(서리얼, surreal[각주:2] 또는 슈르 개그라고 한다)과 소재는 기발하면서도 때로는 추잡하나 시대의 풍자(사회와 정치, 미술, 심지종교까지)와 온갖 소재와 애니메이션을 잡탕식[각주:3] 저질(몸개그, 난잡함, 말장난, 심지어 코미디 일부에서 성기까지 노출하기도 함)으로 꾸며 놓은 과감성과 장난끼는 이후의 영미권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TV 프로그램 종영 후 제작 발표한 영화중 하나에서 에릭 아이들이 부른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 는 영국의 국민 가요급 노래로, 2012년 런던 올림픽 폐회식에서 불리워지기도 했다.

 

몬티 파이선의 나는 서커스단, 이름이 정해지다

 

Flying Circus 라는 이름은, 1차 세계대전에서 현란한 공중 곡예,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비행기와 부대 막사로 유명했던 어느 독일 비행부대의 별명에서 따 온 것인데, 뭔가 틀에 박히지 않은, 기발한 느낌을 주는 의미였을 것이고, 앞에 부대 이름을 넣으니 너무 길어서 '~의 Flying Circus' 라는 부분만 남기기로 했을 것이고.

 

그냥 '나는 서커스단' 이라 하기에는 밋밋했던지, 앞 부분에 '누구누구의~' 식으로 이름을 정할 차례인데, 여러 개 아이디어 중에서 에릭 아이들이 얘기한 Monty 라는 이름(어느 술집의 주정뱅이 이름 또는 2차 대전의 몽고메리 장군) 부분을 따서, 별 생각 없이 느낌만으로 Monty Python이라고 정했다고 하는데, BBC에서는 후에, 이 이름이 '추잡한 서커스단'이라는 느낌을 주는 완벽한 것이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스팸 메일 - 스팸, 스팸, 스팸, 여기도 스팸, 저기도 스팸

 

 

Monty Python의 TV 쇼의 40여편(sketch, 스케치라고, 단편 또는 ~편이라는 영미식 표현) 중에서, Spam 편을 보면, 어느 식당에서 모든 음식에 스팸을 넣은 메뉴 밖에 없자, 손님이 스팸 없는 음식은 없냐고 짜증을 내고, 식당의 바이킹 손님들이 후크송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은 당시에 스팸 소세지가 신제품으로 각광 받고 있던 때라서, 너도 나도 스팸 소세지를 만들어서 광고하는 지겨운 상황을 풍자해서 소재로 삼은 것이었는데.

 

영국인들이 그 당시 즐겨 보는 인기 코미디 쇼(한국의 '웃으면 복이와요'나 요즘의 '개그 콘서트' 정도) 였던 영향력이 여지 없이 발휘되어, 이 후크송이 네티즌들의 뇌리에 심어지자, 광고, 홍보성 이메일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불쾌하고 짜증나는 상황을 두고, 어느 네티즌이 이 메일들을 '스팸메일' 이라고 부른 것에서 시작된 것이 오늘 날의 스팸메일이 된 것이다.

 

유튜브 몬티파이선(MontyPython) 채널로 다시 달리는 노장들과 사후 개그

 

주 활동 시기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흘러간 옛 작품들이 해적판으로 유튜브에 떠 돌게 되자, 2006년에는 유튜브에 자체 채널을 런칭하면서, 아마존 DVD 판매량이 230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였다고도 전해지고, 2013 현재 유튜브 MontyPython 채널에는 25만 이상의 구독자가 그들의 영상을 꾸준히 감상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채널 메인 화면에는 생존한 5명의 멤버들의 현재 모습이 담긴 인트로 화면을 볼 수도 있다(pythonline.com 사이트도 별도로 운영함).

 

☞ 유튜브 몬티파이선 채널 바로가기

 

요절한 채프먼은 죽기 직전 유언에서도 개그를 쳤고, 죽은 뒤에도 개그를 했다는,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재미 있지만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있다. 그는, 죽기 전 친한 동료 크리스에게 "너는 영국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shit 라는 말을 했으니, 앞으로 장례식에서 fuck 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 라고 했고, 실제로 그의 장례식장에서 'fuck' 을 외치는 크리스를 보고, 조문객들이 울면서 웃는 '웃픈' 장면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1998년에는 유명한 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아스펜(영국 토크쇼 프로그램)에 6개의 자리가 마련되었고, 빈 자리 하나에 채프먼의 유골함이 놓여져 있는 모습과, 마치 본인이 있는 것처럼 뚜껑을 열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유골 가루가 쏟아져서 진공청소기로 치우는 등의 사후 개그가 연출된 적이 있다. 본인이 살아 있었어도 충분히 그랬을 것이라는 멤버들의 동의에 의해.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가 쓰는 용어들이 촌수를 가지게 된다면, 파이선은 할아버지 뻘이고, 스팸메일은 말썽꾸러기 외손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Barracuda -

 

  1. 파이썬 언어의 창시자, Guido Van Rossum,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기여한 공로로 첫 번째 BDFL 이라는 명예 칭호를 받음. 최근 구글에서 드롭박스로 이직(우연히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인생은아름다워의 극중 주인공 이 Guido 라는 이름이다 ^^) [본문으로]
  2. 초현실적, 현대 인터넷식 표현을 빌면 (개)미친 ^^;;; [본문으로]
  3.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미친 듯한 센스의 병맛(엔하위키/미러 참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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