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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s/Music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 80년대의 아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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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이후, 내가 좋아하던 서정적 대중가요의 1인자 정태춘은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와 같은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더불어 가녀린 그의 아내 박은옥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 먹먹한 가슴으로 오랜만에 긴 글을 만들어 봅니다. 25년전과 지금이 너무 맞닿아 있구려. 과거인가, 현재인가 아니 시간이 멈추었나?

아래는 한겨레블로그글(☞ http://blog.hani.co.kr/chanmbaek/64430) 일부 발췌입니다.


카세트테이프 형태의 ‘아, 대한민국…’ 출반은, 한국 대중가요사상 최초로, 이미 상당한 명망성을 지니고 있던 대중가요 가수가 스스로 제작자가 돼 자신의 정규음반을 비합법음반으로 내놓은 사건이다. 그는 이 행위만으로도 음반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
정태춘은 이 음반을 필두로 계속 비합법음반을 제작해 검열성 사전심의가 명기된 음반법에 의도적으로 싸움을 걸었고, 96년 드디어 이겼다. 이로써 식민지시대부터 지속된 검열성 사전심의가 사라지는 문화사적 사건의 주역이 됐고, 97년 이 음반은 합법음반으로 재발매됐다. 이 음반의 파란만장한 삶이야말로, 한국 음반사·대중가요사의 중요한 역사의 한 장 그 자체인 것이다..



[아, 대한민국] 1989. 정태춘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략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잔인하게 유린 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있지 않나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이 땅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 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은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허리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 Bry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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