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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s/Movie

영화(애니) 컬러풀(Colorful) - 잔잔한 치유의 감동


[스포일러 주의]


애니메이션 <컬러풀>(칼라풀?)을 만나고 왔다. 2010년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출품작으로 관객상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인 '하라 케이이치'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를 연출한 그 분이다. 영화는, 일본의 모리 에토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1999년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 수상)으로 한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영화를 좋아 하느냐" 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스타일리쉬한 볼거리 있는 영화(<야연>, <킬 빌>), 믿을 만한 거장의 영화(리들리 스콧, 제임스 카메론),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어느 한 가지 특이한 소재나 포인트에 관심 가는 영화(<인 타임>, <식스 센스>, <아바타>), 마지막으로 이 영화처럼 내 지나온 삶이나 주변을 얼핏 돌아보게 하는, 크건 작건 공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


위의 여러 가지를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영화들이 물론 좋지만, 블록버스터급이나 화끈한 볼거리 풍부한 것이 아니어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진정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레인 오버 미>, <렛미인>, <컬러풀>).



관심 가는 영화를 볼 때는 포스터도 보지 않고(특히 관심 끌기식 저열한 홍보 문구들), 사전 지식을 최소한으로 한 채 궁금증을 가지고 보려고 노력하는데, 이 영화도 그런 식으로 보게 되었다.



아주 단순한 전개의 작은 판타지


주인공의 이름 '마코토'는 한자로 誠, 일본어로 'まこと' 라고 쓴다. 진심, 정성, 정말로 ... 이런 뜻이다. 시작하는 첫 머리에서 보이는 배경과 사람들이 흐릿한 것이 뭔가 느낌이 좀 온다. 죽어서 영혼들이 모이는 곳.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지막 결말까지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아마도 어느 정도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충은 ...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 자막 올라갈 때 까지 단 한 번의 반전(그 마저도 혹시... 하던 그 것)을 빼고는 거의 단순하게 일직선을 달리는 스토리 텔링이다. 단 하나의 짧은 문장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죽지마!"


혹시나, 그럴듯한 볼거리나 아주 진한 감동을 기대하고 영화를 보았다면 적잖이 실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더구나 애니 치고는 러닝타임이 조금 긴 편이지만, 빠져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마음을 데워주는 정성과 섬세함


왕따와 이지메, 부모형제와의 갈등과 실망, 가족간 대화의 단절, 현실의 즐거움에 타협하는 원조교제, 성적 비관, 진로/진학 문제, 여러 가지 일탈(불륜과 자살 또는 자살충동)은 일본의 모습이자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밋밋하고 어색한 가족 식사


어쨌든, 실낱 같은 삶의 희망이나 의미라도 찾으려는 작은 몸부림은, 32 등이 31등 짜리에게서 배우는 사소한 교훈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다. 처음으로...


시종일관, 영화는 '세상은 그래도 살아갈만 한 것임'을 느끼게 해 주려고 끈질기게 애쓴다. 그런데 그 노력이 겉돌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고 직관적이다. 색깔로, 풍경으로, 조연 캐릭터의 표정으로, 작품 속 작품(그림)으로 느끼게 해주며, 엮여진 갈등을 하나 하나 차근 차근 풀어 헤쳐 가면서 말이다.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학교 운동장의 깨알 같은 움직임들...


마치 활활 타올라서 금새 뜨거워지는 보일러가 아니라, 우리 전통 아궁이처럼 서서히 데워져서 방 전체가 결국은 따뜻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금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정성과 연출 기법이, 그리고 그런 애니매이션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일본의 그 풍토가 부러워진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겠지, 언젠가는.


자세히 보면 배경의 하늘에 덮힌 구름들이 아주 서서히 움직인다. 마치 실제와 같이.


[사족] 2010년이면 아청법(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엉터리 개정/발효 전이어서 별 무리 없이 수입 상영이 가능했던 것 같다. 올해 여름(2013.8월쯤) 이후였다면 어림도 없다(미성년 원조교제 내용이 잠깐 나오지만 15관람가).


[사족] 하나 더. 2000년초에 출시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컬러풀, カラフル)이 하나 더 있다. 물론, 내용은 코미디로 전혀 다르다.



채점(채점 기준: 5-쩐다, 4-괜찮다 3-참을만하다 2-별로다 1-개망작).


스토리 - 4,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지만 딱 한 가지 약간 찌릿한 반전 하나.

연기 - 4

비주얼 - 5

감동 - 4, 잔잔한 감동까지~

연출 - 5, 애니메이션 하나에 이렇게 섬세한 터치를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듯


총점 22/25, 100점 만점에 88점.




컬러풀 (2012)

Colorful 
7.5
감독
하라 케이이치
출연
토미자와 카자토, 미야자키 아오이, 미나미 아키나, 아소 쿠미코, 타카하시 카츠미
정보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일본 | 126 분 | 2012-05-10
글쓴이 평점  




- Barracu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