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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s/Movie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 - 보수 권력의 폭력 vs 모성, 진실을 지키는 의인들



[스포일러 주의]


2008년 제작, 2009년에 국내 상영된 적 있는 영화 체인질링(바뀐 애)[각주:1]를 다뤄볼까 합니다.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캘리포니아주 와인빌 양계장 연쇄살인사건과 크리스틴 콜린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 되었고 실제 영화에 나오는 대다수 인물을 실명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당시 시대 배경인 1928년 미국(LA)의 적색공포로 인한 보수파 득세의 혼란한 시대 상황과 80여년 후인 2009~2014년의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어떻게 오버랩 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영화입니다. 상영 시간이 141분으로 다소 길지만, 충분한 몰입감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었습니다.


[주의] 본 포스팅에는 다량의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41분 간의 전체 스토리를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세한 내용 중 일부를 다룰 것이므로, 스포일러성 내용이 많습니다. 이 점이 염려 되시면 영화를 감상하신 후 다시 방문해주세요.


그런데 영화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체인질링은 '바꿔친 애', 즉 바뀐 애입니다. 유럽 동화에서는 요정이 예쁜 아이를 데려가면서 못생긴 아이를 놔두고 간다는 건데요. 2012년 대한민국의 짖궂은 요정은 누구고 못생긴 바뀐 애는 또 누구였을까요?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감독


영화의 연출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 <미스틱 리버>(2003),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아버지의 깃발>(2006) 등 선 굵은 영화를 다룬 노(老) 거장 감독입니다. 영화배우 시절의 터프함이나 스타일리쉬함보다, 감독이 되면서의 밀도 높은 영화적 혜안이 더 돋보이는 '지혜로운 노인'이라 불리울만 하지요.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들이 다루던 '영웅 만들기'에서 벗어나 사회, 역사의 숨겨진 면을 들추고, 보통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그의 작품을 앞으로도 자주 만나고 싶게 됩니다. 일단 그가 연출했다 라고 하면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입니다.


영화의 배경으로 쓰인 음악이 피아노와 기타, 트럼펫 위주의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슬픔 또는 아픔을 담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악 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직접 작곡, 감독을 했었다고 합니다. 총 16개의 OST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엔딩타이틀 곡을 감상해 볼 수 있습니다.



시대 배경 - 1928년 미국 로스앤젤리스


미국의 1920년대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는 대자본가 승리의 시대이자 보수파의 득세로 인한 사회적 혼란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차대전(1914~1918)의 막대한 이득을 본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지요. 경제적으로는 이득을 얻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한 적색 공포(Red Scare)[각주:2], 잦은 파업과 인종 폭동 등으로 굉장히 어수선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이 시기는 경제적 번영과 함께 사회적 광란 그리고 무법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 상황을 들여다 보면, 주로 이런 시기에는 보수층들이 집권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29대 하딩 대통령, 30대 쿨리지 대통령(1923~1929) 모두 공화당 소속이었지요. 자유방임적 보수주의가 미국 전역을 뒤덮고, 정부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고 거대 자본가들을 밀어주기에 바빴습니다.


보수주의가 사회 전반에 만연하면서 KKK단의 활동도 극심해지고, 카톨릭 신자, 흑인과 유태인 배척운동이 벌어지는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됩니다.


1919년에 발효된 수정헌법의 금주법에 따른 밀주 제조가 성행하고, 밀주와 폭력 등의 범죄 조직과 경찰간의 총격전, 갱들과 공생하는 부패, 비리 경찰간의 커넥션. 더불어 보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공안 경찰의 권력과의 공생과 권력 유지의 수구 논리, 각종 향락 산업의 음성적 발달, 부패의 만연. 한 마디로 혼돈과 광란의 파노라마적 시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영화의 배경이 된 1928으로부터 1년 후인 1929년 10월 24일, 미국은 '검은 목요일'을 맞이하고 뉴욕 증권시장 발 주가 대폭락 사태로 대공황시대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결국 이 때를 기점으로 미국은 시장만능주의와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주요 등장 인물들





크리스틴 콜린스

(안젤리나 졸리)


아들을 잃은 슬픔을 뒤로 하고 온갖 외압과 불의를 무릅쓰며 아들 되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처음엔 연약했으나 모성으로 무장된 불굴의지의 싱글맘.

 


JJ 존스 국장

(제프리 도노반)


경찰청장의 하수인이자 권력을 등에 업은 폭력 경찰 간부중 하나. 콜린스 부인에게 경찰력을 이용한 외압과 폭력을 지휘한다.



구스타브 브리글렙 목사

(존 말코비치)


부패한 LA경찰의 비리를 폭로하고 약자 편에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인권운동가이자 교회의 목사.


 

레스터 이바라 형사

(마이클 켈리)


존스 국장의 지시를 받는 고참 형사. 살인 사건 수사에서 나온 단서로부터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다룬다.

 


월터 콜린스

(개틀린 그리피스)


크리스틴의 아들. 바뀌기 전 아이.

 


아더 허친스

(데본 콘티)


크리스틴의 아들로 바뀐 애. 실제로는 버려진 아이였으며 존스 반장이 월터 행세를 하도록 교육시켜 투입한 것.

 


제임스 데이비스 경찰청장

(컴 피오)


크라이어 시장과 연결되어 권력을 비호하고 시민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력과 폭력을 행사하는 비리의 원흉.

 


고든 노스콧

(제임스 버틀러 하너)


광기의 연쇄살인마. 여러 멕시코 소년들과 미국 아이들을 납치, 잔혹하게 살인 후 암매장. 실제로는 그의 어머니 사라 루이스도 공범으로 체포됨(영화보다 실제가 더 무서운 법).

 


샌포드 클라크

(에디 앨더슨)


고든의 사촌으로 살인에 가담하지만 진실을 위한 증언을 참작하여 교화시설 형을 받음.

 


조나단 스틸 박사

(데니스 오헤어)


존스 반장의 사주를 받아 코드12로 들어온 정신병 환자들에 대해 갖은 가혹행위를 시전하여 굴복시키고 거짓 서약등을 받아내는 정신 병원 원장.




사건의 시작과 결말까지



크리스틴 콜린스는 전화국의 교환수 팀장을 맡은 싱글맘이다. 1928년 3월 10일(토요일), 비번임에도 다른 이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들과의 주말 영화 관람 약속을 미루도 출근하게 되면서 일은 시작된다. 이것이 사랑하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이야...


회사 일을 마치고 불안한 마음에 급히 집으로 돌아 왔지만 아들을 찾을 수가 없다. 경찰에 신고해 보지만 실종후 24시간 이내에는 출동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로부터 2주 후, 근교의 어느 교회에서는 브리글렙 목사의 설교가 이어진다.


"...저희 교회의 신자는 아니시지만,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그녀를 위한 기도를 하겠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리디오나 신문에서는 LA의 경찰이 아이와 엄마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난폭하고 부패하고 무능하기만 한 경찰의 말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매일 도시에 쌓여 가는 시체는 경찰청장 제임스 데이비스와 그의 '기관총 부대'의 만행을 말해줍니다. 매일 정직한 시민의 요구는 뒤로 하고 본인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웁니다. 매일 도시는 협박과 부패로 두려움의 시궁창에 쳐박혀 썩어 갑니다. 한 때 '천사의 도시'라고 불리웠던 LA가 이제는 경찰이 야수로 변하여 자기 합리화를 위해 법 위에 서면서... "


당시 데이비스가 고용한 수십명의 '기관총 부대'는 기관총을 들고 다니며 경찰에 방해되는 누구든지 즉석에서 총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무소불위의 폭압적 권한을 부여 받았다. 어떤 재판 또는 취조 과정도 없이, 단순한 범죄 소탕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자행한 것.


한 편, 아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경찰로부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시간만 자꾸 흘러간다.


실종 후 4개월 정도 지난 어느 날, 일리노이주 시골의 어느 식당에 부랑자가 한 아이를 버리고 도망간다. 경찰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월터 실종 사건을 서둘러 무마하기 위해, 이 아이를 크리스틴의 아들 월터로 둔갑시켜서 보내게 된다.


약 한 달후, 크리스틴에게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다고 연락이 오고, 5개월 만에 아들을 찾았다는 생각에 크리스틴은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아들이 아닌데 존스 국장은 아드님이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이 다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크리스틴은 정말 본인이 헷갈려하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아들을 찾았다는 느낌 때문인지 반신반의하며 일단 아이를 데려 가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키도 몇 개월 전에 비해 10cm 가량이나 줄었고, 월터는 포경 수술을 한 적이 없는데 이 아이는 포경수술을 한 아이다.


크리스틴이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경찰서에 가서 항의하자, 경찰은 전문가까지 동원해서 기자회견을 하며 월터가 크리스틴의 아이가 맞다고 주장한다. 결국 브리글렙 목사가 경고한 것 처럼, 존스 반장은 크리스틴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몰아가기 위해 정신병원에 수감해버린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상태의 크리스틴. 어떻게든 정상인으로 행동하여 빠져나가보려 하지만, 원장은 지금의 아이가 월터가 맞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면 풀어준다며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붙이고 위협한다. 이 정신병원에는 경찰의 폭압과 비리의 희생양이 된 '코드 12'에 해당하는 많은 여자 환자들이 강제 수용돼 있다.


한 편, 레스터 이바라 형사는 와인빌의 농장에 불법 체류중인 소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소년을 연행해 오게 된다. 이 소년은 노스콧의 사촌 동생이며, 농장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에 대해 양심선언을 하게 되고, 농장에 있던 아이들 중에 월터가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하게 된다.


이바라 형사는 이 사실을 존스 국장에게 보고하지만 그는 사건 수사를 더 하거나 외부 발설하지 않고 경찰서로 복귀하라고 명령한다. 이라바 형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반장님, 살인에 대한 진술인데 일단 수사는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애들에 관한 일인데..."


이바라 형사는 이대로 놔두면 사건이 묻힐 것을 직감하고 소년을 데리고 직접 사건 현장을 수색하기로 결심한다.


브리글렙 목사는 크리스틴을 찾으러 정신병원으로 들이닥치고, 교활한 병원장 스틸 박사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크리스틴을 빼돌려 병원 밖으로 내보내 버린다.


브리글렙 목사는 최고의 변호사인 S.S. 한을 소개하여 크리스틴을 도와 준다. 한은 먼저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수용된 환자들을 풀어주도록 하고, 곧 이어 벌어질 청문회와 법적 소송에 증인과 증거를 수집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된다.


크라이어 시장과 데이비스 경찰청장은 자신들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존스 국장을 희생양으로 '꼬리자르기'를 모의한다. 예나 지금이나 그눔의 '꼬리자르기'란..."젠장!" 이다.


재판 과정에서 존스 국장은 크리스틴이 비정상적인 사람이며 정당한 구속이었다고 항변하지만, 관련된 증인들의 증언과 여러 증거들로 인하여 크리스틴에 대한 불법적인 연행과 인권 탄합의 정황들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게 된다. 또한 노스콧에 의해 저질러진 참혹한 연쇄살인에 대한 진실도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다.


결국 노스콧은 극안 무도한 범죄행위로 1930년 10월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고 존스 국장은 영구 파면, 데이비스 경찰청장은 강등되어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인 1935년 2월, 크리스틴은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사건 당시 농장에서 도망친 한 소년이 찾아와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게 되고 크리스틴은 월터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끝은 크리스틴이 아들을 언젠가는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실제로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전해지며, 실제 사건에서 노스콧의 어머니 사라 존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12년을 복역했었다고 전해진다.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을 무겁게 하는 문장 하나가 떠오릅니다. "부패한 권력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폭력과 날조를 감행하며 정언 유착, 여론을 이용한 합리화라는 무기를 사용하고 인권을 유린하기에 골몰한다".


이런 보수 공안통치의 모습은 결코 1920년대 혼란기의 미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본 폭력정치의 그림자는 대한민국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독재정권 시절을 거쳐오며 그대로 투영되고, 이명박과 그 뒤를 이은 2012년부터의 박근혜정권의 모습에도 그대로 오버랩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체인질링 (2009)

Changeling 
9.2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안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 제프리 도노반, 마이클 켈리, 에이미 라이언
정보
드라마 | 미국 | 141 분 | 2009-01-22
글쓴이 평점  



- Barracuda -


  1. 체인질링은 유럽 동화에서 요정의 장난으로 바꿔친 아이(예쁜 아이를 데려가고 못생긴 아이를 놔둔다는 설정)를 일컬어 changeling 이라고 했습니다. 프랑스의 판타지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이 쓴 소설 <타라 덩컨(Tara Duncan)>에 '체인지라인' 이라고 써 있는데, 영어로는 changeling(체인질링)으로 쓰입니다. [본문으로]
  2. 1차 적색 공포(노동 혁명과 정치적 급진주의에 대한 공포). 2차 적색 공포는 스탈리니즘. 3차 적색 공포는 1949년 소련의 핵실험 성공과 중국 공산화, 한국 전쟁이다. 이 3번에 걸친 적색 공포에 의해 자유 진영에 메카시즘이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적색 공포는 일종의 보수 본능을 불러 일으킨다. 대한민국 현재를 대비하자면, 보수참칭 민족반역자들이 주로 써먹는 소위 '좌빨 논리'와 다름 아니다. [본문으로]